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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의 서재

읽다가 화가 났던 책 '엄마표 영어 20년 보고서': 나의 자격지심을 마주하다

by 책읽는 유니콘 202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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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부쩍 아이 공부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친구들에게 "애 학원을 한 개도 안 보내는 엄마는 너뿐이야."라는 말을 들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가 공부에 흥미가 없는데

돈 들여 학원보내 놓고 공부 안 한다고 싸울까 봐 그게 싫어서 학원을 안 보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생각이 좀 바뀌었다. 

학교 끝나고 집에 와 늘어져 있기만 하는 아이를 보니

이런 태도가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집에서 적은 양으로 시작해 조금씩 꾸준히 하는 습관은 들여줘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를 책상에 앉히고 책을 보게 하자니 몸에서 사리가 나올 것 같았다.

 

공부습관 근처에 가기도 전에 아이랑 감정 싸움이 될 것 같아서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가 직접 아이를 공부시킨 집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을 보게 됬다.

읽다가 화가 나서 책을 덮다

우리 아이는 지금 중학교 1학년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부터 엄마표로 영어공부를 시작하기엔 많이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20년 노하우가 담겨 있으니 그중에 하나라도 아이에게 시도해 볼 만한 게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책을 폈다.

 

예상한 대로 영어는 아이가 어릴 때 시작해야 효과가 확실히 나타는 분야였다.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래도 다 읽으면 뭐 하나는 건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읽어갔다.

그런데 책의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불안감이 화로 바뀌었다. 

직장맘이었던 저자가 퇴근 후 아이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이야기하는 부분에서였다.

 

내용은 이러했다.

'퇴근길에는 아이를 만날 생각에 늘 가슴이 두근거렸고

집에 와서는 밤늦게까지 책 읽고 놀이하며 온전히 아이와 시간을 보냈다.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그 부분에서 갑자기 '자기 모성애를 자랑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났다.

 

'나도 직장맘이었지만 나는 당신처럼 마냥 아이가 사랑스럽진 않았어. 퇴근해서 책 읽어 주는 것도 힘들었고.

모든 엄마가 당신 같진 않아. 모성애 많아서 엄마표 영어 잘한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런 생각과 동시에 엄마로서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고 저자가 잘난 척하는 것 같아서 미웠다. 

더 읽기 싫어서 책을 덮었다.

나의 자격지심을 마주하다

며칠이 지나고 덮어 둔 책을 보니 마음이 찝찝했다.

어쩌면 다른 엄마표 공부책을 읽었어도 느꼈을 감정일 수 있다.

세상에는 엄마표로 아이를 잘 키운 엄마들이 많으니까.

 

왜 화가 났는지 궁금해졌고 이런 질문을 하게 됐다.

'아이가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나도 저자처럼 했을까?'

시도는 했겠지만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하진 않았을 것 같다.

 

모든 엄마들의 모성애는 그 정도와  표현방식이 다 다르다.

서로 성장배경과 살고 있는 환경이 다르니 아이를 키우는 태도나 방식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 일 것이다.

나는 아이에 대한 애착이 강하지 않다. 그래서 나 편한 대로 적당히 아이를 키워온 엄마였다.

 

그런데 나는 그런 다름을 생각하지 않고, 저자가 했던 노력도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비교하며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나를 못났다 생각했다.

그런 내가 싫고, 부족한 나의 모습을 보게 한 저자가 미워서 화가 난 것이다.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부족한 면은 저자 같은 사람들을 통해 배우면 된다.

이것이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감정이 정리되니 책을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아이와 엄마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육아서

이 책은 저자가 20년간 엄마표 영어를 어떻게 했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이 과정을 어렵고 힘들어하는 엄마들을 격려하며 충분한 동기부여를 해준다. 

 

일단 엄마의 영어실력이 엄마표 영어의 성공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말에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고

노력이 당장 성과로 보이지 않아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준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엄마표 영어의 가장 핵심은 영어를 학습으로 접근하기 전에

내 아이에 대한 이해와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으로 보는 것이다. 

그것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엄마표 영어는 엄마와 아이에게 성과 없이 상처만 남길 수도 있다.

이것이 저자의 20년 엄마표 영어의 비결인 것 같다. 

 

그리고 저자는 엄마표 영어를 하면서 블로그, 커뮤니티, 개인 노트에 꾸준히 글을 써왔다.

글을 쓰며 자신을 성찰하고 자기 효능감도 느끼며 엄마표 영어의 성과를 내고 개인적 성장도 이루었다. 

 

나에게도 글쓰기가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늘 고민만 하던 블로그를 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아이가 영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나이는 0~10세 라는데 나는 이 기간이 지난 것이 많이 아쉬웠다.

대신 책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에 만족한다.

 

끝으로 엄마표 영어를 생각하고 있는 엄마라면

스스로의 성장도 함께 이룰 수 있도록 이 책을 꼭 한번 읽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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